바퀴벌레살충사건

오늘도 아이들이 배가 고프다고 울고불고 난리다. 먹고 살기 어려운 시기이다. 전 집주인과 다른 현재 집주인은 음식물들을 제공해주지 않는다. 벌써, 3일 째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했다. 서른 일곱째와 서른 여덟째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굶주림을 못이겨 죽고 말았고, 내 아내 또한 기근으로 병들어 있다. 더 이상은 안되겠다. 이대로는 모두 굶어죽고 말 것이다. 가장된 자로서 어떻게는 먹을 것을 구해와야 한다.

"여보, 오늘은 그냥 집에 있으면 안되요?"

집을 나서려는 나를 아내가 말린다. 아내의 여섯 다리는 모두 앙상하게 말라있고, 등껍질은 매말라서 볼 품없는 모양새다.

"얼어죽을! 가만히 있으면 뭔가 먹을게 나와?! 기다리고 있어! 얼른 먹을 걸 구해올 테니까!"

"그래도... 곧 있으면 집 주인이 올텐데..."

"오면 뭐해! 먹을 것도 안주는데!"

말리는 아내를 뿌리치며 집을 나선다. 바로 옆집으로 먹을 걸 구하러 갈까? 아니다. 그곳 주인은 먹을 것에 독을 타놓는다. 옆집 노서방도 그 곳에서 음식물을 구해왔다가 전 가족이 몰살당한 바가 있다. 조금 멀리 가더라도 안전한 곳으로 가자. 여섯다리를 재게 놀리며 벽 틈새의 구멍들을 따라간다. 옆집을 지나서, 바로 그 옆집으로 간다. 운 좋게도 집이 비어 있다. 킁킁. 냄새가 난다. 향긋한 쌀냄새다. 바닥에 밥풀 조각 몇개가 붙어있다. 인정이 많은 집이다. 주섬주섬 밥풀을 챙겨넣는다. 이걸로 어느정도 우리 식구들 허기는 때울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돌아가 볼까? 아내가 기다리고 있는데.. 아니다. 이 기회에 좀더 많은 식량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다시 벽 틈새의 구멍을 타서 그 다음 집으로 넘어간다. 무슨 날인가? 운 좋게도 이집도 텅텅 비어있다. 킁킁. 뭔가 맛있는 냄새가 나는데... 오! 방 끝 구석에 쇠고기 쪼가리가 굴러다니고 있다. 쩝쩝, 맛을 보니 국내산 한우다. 이게 왠 횡재냐! 서둘러서 고기를 챙긴다. 어서, 집에 가서 아내와 내 새끼들에게 먹여야지.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하면 아내의 병도 금방 나을 것이다.

서둘러 온 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간다. 문득 불안감이 머릿속을 스친다. 그럴수록 발걸음도 빨라진다. 아, 집이 보인다.

"여보! 나왔어!"

아내가 안보인다. 어딜 간거지? 으아아앙!! 내 새끼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방구석탱이다. 어서, 빨리, 달려간다.
그곳에는 아내가 대자로 들어누워 있었다.
그리고 주위에는 아이들이 울고 있다. 세상이 무너진다.

"여보! 여보! 일어나!"

아내는 대답이 없다. 앙상하게 마른 여섯 다리들만 떨고 있을 뿐이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어미 옆에서 망연자실이 있는 첫째를 다그친다.

"제가, 흑흑, 옆집에서 구해온, 흑, 것을 드시고..."

아아! 옆집 음식에는 독이 있으니 그렇게 조심하라고 일렀건만..

철컥, 철컥.
집주인이 들어오는 소리다. 어서 빨리 이곳을 피해야한다. 아내를 잃은 슬픔에도 이성은 나에게 생존본능을 각인시킨다.
울고있는 아이들을 피신시키고, 나도 자리를 떠난다.

"제길. 오늘 어쩐지 운수가 좋더니만.."





대체 왜 어디 나갔다오면 방안 한 구석에 엄지손가락만한 바퀴벌레가 배때기를 들어내고 자빠져 여섯 다리를 바들바들 떨면서 죽어가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설마 바퀴벌레 주제에 굶어죽은 건 아니겠지? 아무리 우리집에 먹을 게 없다고는 하지만 그런 건 옆집에서 조달해오면 되잖아. 아니면, 약 먹고 죽은 거냐? 어디 이상한데서 아무거나 줒어먹고 우리집에 와서 사망해버리면 어쩌자는거냐. 그걸 치우는 내 수고스러움도 좀 생각해줬으면 좋겠어. 이제와서 말하지만 난 인정이 아주 넘치는 사람이야. 너희들이 내 눈에만 안띄고 천장이나 벽 한 구석에서 조용히 찌그러져서 살아간다면 난 충분히 너희들과 공존할 수 있어. 물론 식량은 딴데서 알아서 조달하고. 방값도 내가 제공하는데 식대까지 나한테 떠넘길 생각은 아니겠지? 그리고 역시 죽을 때도 어디 안보이는데서 고고하게 죽음을 맞이하란 말야. 난 니들의 굳어버린 더러운 몸뚱아리를 치우는 청소부가 아니라고. 알간?


by 하겔라즈 | 2008/09/15 23:53 | 잡담 | 트랙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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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언제까지나 제목없음. at 2008/09/17 23:41

제목 : 바퀴벌레살충사건2
바퀴벌레살충사건2편까지 쓰게 될 줄은 몰랐어요.기니까 가립니다. 급하게 천장으로 피신한 후 살아남은 아이들을 세어보았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지 어미와 같이 독이든 음식들을 먹고 죽어버렸다. 남아 있는 건 첫째를 포함해 네다섯명 뿐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내가 구해온 밥과 쇠고기를 내밀었다. 아이들은 지 어미의 죽음에 슬퍼하면서도 내가 내민 음식들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그렇다. 살 바퀴벌레는 살아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먼 옛날부터 우리를 생존......more

Commented by 토우 at 2008/09/16 00:00
ㅇ<-< 으아아... 망할 첫째!!!하고 진심으로 생각했습니다. 아차 바퀴벌레구나!
지금 저희집엔 바퀴벌레가 없어요~~ 우후후.
Commented by 하겔라즈 at 2008/09/17 13:17
솔직히 전 "죠의 아파트"를 꿈꾸고 있음. 그런 녀석들이면 괜찮은데
Commented by 에슈 at 2008/09/17 17:26
ㅠㅜ 노벨 문학상 감이에요ㅠㅠb
Commented by 하겔라즈 at 2008/09/17 23:31
그것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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